네가 앉던 자리엔 화분 하나
물 주는 날은 자꾸 잊으면서
네가 떠난 날짜만 기억하네
이런 내가 조금 우스워 보여
식어 버린 커피를 마시다가
쓴맛보다 익숙함에 놀랐어
괜찮다는 말은 아직 못 해도
창문 정도는 열어 둘 수 있어
식은 커피에도 온도는 남아
우리 지나온 밤이 그 안에 있어
다시 데우지는 않을게 이제
남은 한 모금은 내가 마실게
컵 두 개를 꺼낸 건 어제까지
오늘은 하나를 다시 넣었어
너의 취향에 맞춰 놓은 음악
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봤지
좋은 건 좋은 채로 두고 싶어
미워해야 끝나는 건 아니니
다 잊었다는 말을 하는 대신
잘 기억하며 살 수 있길 바라
식은 커피에도 온도는 남아
우리 지나온 밤이 그 안에 있어
다시 데우지는 않을게 이제
남은 한 모금은 내가 마실게
언젠가는 다른 향을 고르고
아무 생각 없이 웃게 되겠지
그때까지 나를 재촉하지 마
천천히 식는 마음도 있으니
식은 커피에도 온도는 남아
우리 지나온 밤이 그 안에 있어
다시 데우지는 않을게 이제
남은 한 모금은 내가 마실게